2009/07/03 11:21

임신 18주 _ 예민해지고 짜증이 자꾸 나요~

5개월째에 접어들면서 긍정적이고 언제나 명랑했던 나도 굉장히 예민해지고
감정이 컨트롤이 안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소소하게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정을 제어하기
힘들 정도는 아닌데.. 임신에 따른 호르몬 변화에 나도 역시 비껴갈 수 없음을
느낀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인생의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뾰족한 수가 없다.
다들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뿐이다...
예전 같으면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수영이라도 했는데.. 배가 나오니 수영장에 가도
괜찮은 건지 모르겠고.. 다른 생각 다 접고 물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다보면 기분도
한결 좋아질 텐데 말이다. 그것도 아니면 찜질방 사우나실에 들어가서 땀이라도
실컷 흘렸으면 좋을 텐데...

이 모든 걸 할 수 없으니 난 생각의 속도를 좀 늦추려고 한다.
화내는 것도, 짜증내는 것도, 우울한 마음도 조금만 보폭을 천천히 하려고 한다.
어쨌든 이 시간은 지나갈 테니 말이다.
천천히 천천히 이 언덕을 올라가는 동안 나에게 마음의 골무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말에 쉽게 상처받지 않고 나의 여려진 마음을 감싸줄 수있는 그런 골무가
나에게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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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2 09:46

시골광경

장면 #1.
아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기다리려고 벤치에 앉아 있는데
중년 아저씨 두 분이 내 양옆으로 앉으셨다. (내가 자리를 애매하게 앉는 바람에 눈치없이 중간에 낀 꼴이 되었다.^^;)
머리 하얀 아저씨가 얼굴 까만 아저씨에게 버스 요금이 얼마냐고 물어보셨다. 그러자 얼굴 까만 아저씨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기에게 카드가 있으니 그걸로 내겠다고 했다. 머리 하얀 아저씨는 신용카드가 교통카드 대용이 되는
거를 모르셨는지... "그 카드 어떻게 만들어. 재주도 좋네~"
얼굴 까만 아저씨 : 이 카드가 전국에서 다 되는 (교통)카드여~~(여긴 충청도~^^)
머리 하얀 아저씨 : 그 카드가 전국에서 다 된다고~ 아이고 신기하네이~ 얼마 주고 했는감~
얼굴 까만 아저씨 : 몇 백만원 넣었어~~ 저번에 뉴질랜드에서도 이 카드로 엄청 긁었어~~
머리 하얀 아저씨 : 아이고 그게 뉴질랜드에서도 된다고~~ 허허 그거 어떻게 만는거여~ 신기하네이~~
얼굴 까만 아저씨 : 국민은행 가서 만들면 돼~ 난 딸이 만들어 줬어~ 처음에 몇 백만 넣었어..(점점 말꼬리를 내리
                          며...^^;;)
머리 하얀 아저씨 : (자신은 만들지 못한다는 자괴감과 안타까움이 섞인 듯한 목소리로)
                          아이고 자네는 부자고마이~~

그리고는 끝내 그 얼굴 까만 아저씨.. 교통카드 되는 신용카드 어떻게 만드는지 머리 하얀 아저씨에게 안 알려줬다..하하하하하... 옆에서 듣고 있는 나.. 얼마나 웃긴지..ㅋㅋ 귀여운 아저씨들...

장면 #2.
어제는 인터뷰가 있어서 아산에 다녀왔다.
아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20분 정도를 더 가야 하는 곳이었다.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아 절간같은(?!) 사무실로부터의 탈출을 흐뭇해하며 바깥공기를 마음껏 마셨다.
꼬불꼬불 비포장도로를 버스는 조심조심히 달렸다.
그런데 유심히 보니 버스가 느린 것이 비포장도로 때문만은 아니었다.
버스를 타시는 분들이 대부분 연세 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이다 보니 기사 아저씨는
그분들이 돈을 내고 자리에 앉으실 때까지 출발을 하지 않으시는 것이었다.
정류장에서 한참을 멈춰 있다고 누구 하나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이 없다.
어떤 할머니는 아기손만한 지갑에서 버스비를 찾느라 한참을 요금대 앞에 서 계셨다.
그래도 버스는 출발하지 않았다. 기사 아저씨는 그 할머니가 겨우 돈을 찾아 요금대에 넣고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출발하셨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시더니 아까 요금을 만원 짜리를 잘못
냈다며 기사 아저씨에게 생떼를 쓰셨다. 아저씨는 버스를 멈추고 요금통을 보라며 만원 짜리는 없다고 화를
내는 기색도 없이 말하였다.
서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버스에 탄 사람들은 왜 안 가냐고 성화였을 테고, 기사 아저씨는 할머니를 마구 면박 줬을 텐데..
이런 것이 시골인심이가 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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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0 11:21

가족에 대한 짧은 생각

지난 주말 둘째 오빠네 아이가 돌이어서 친정집에 다녀왔다.
큰오빠네 집에서 남편과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첫째 조카가 큰오빠에게 "아빠, 오늘은 누구랑 잘거야?" 하고 물어본다.
큰오빠는 "은총이랑 자야지~" 하고 대답한다.
이 풍경이 이해가 안 되서 "아니, 부부가 같이 잠을 자야지. 왜 따로따로 잠을 자~"
하고 말했다.
물론 큰오빠네가 사이가 안 좋아서 각방을 쓰는 것은 아니다. 부부 사이는 아~주~ 좋다.
아마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올케언니가 두 아이들을 재우느라 같이 잔 것 같다. 
큰오빠는 늦게 퇴근하니 아이들 깰까봐 작은 방에서 자던 것이 지금은 
큰아이는 큰오빠랑, 작은아이는 올케언니랑 이렇게 자느라 멀쩡한 부부가 생이별을 
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 교육에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 참으로 헌신적으로 양육하고 있는 올케언니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
하지만 가족 내에 아빠와 아이, 엄마와 아이의 관계만 있고, 부부간의 관계가 없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가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며 안정감과 행복감을 갖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아이들 중심으로만 생활패턴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아빠의 자리는
뻥 뚫리고 만다. 일로 늘 바쁜 아빠와 아이들이 유대감을 잘 형성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돕는 것은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 앞에서 엄마가 아빠를, 아빠가 엄마를 존중
해주고 사랑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건강한 가족관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기르게 될 것이다. 

나는 내 아이들을 똑똑한 아이로 키우기 보다는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부부가 행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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